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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구축을 위한 기업의 역할

이미 코로나19와 기후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전 세계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분쟁도 장기화되거나 지역 전체로 번지는 경우 엄청난 인명 피해와 함께 경제적 혼란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며, 36만 명에 달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이 군 복무를 위해 직장과 사업을 그만두어 경제의 일부가 멈춰 서고, 기업가 정신 강국인 이스라엘은 성장의 동력이었던 기술 산업 둔화로 경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가자지구 봉쇄와 서안지구에 대한 규제 강화가 민간 부문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기업도 평화의 중개자가 될 수 있습니다.

내전, 테러, 폭력 등이 증가하면서 2023년 세계 평화 지수(Global Peace Index)는 9년 연속 악화되었으며, 폭력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약 17조 5천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이는 전 세계 GDP의 13%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자, 1인당 비용으로 환산 시 2,200달러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분쟁의 영향은 빈곤층에 더욱 크게 작용하며 경제 개발을 악화시킵니다. 2030년까지 전 세계 빈곤층의 거의 절반이 분쟁의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살 것으로 예상되며, 분쟁이 가장 심한 10개국에서는 폭력으로 인해 평균 34%의 GDP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한편 평화 구축 또는 평화 유지를 위해 투입되는 비용은 군사 비용의 0.4%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제는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유엔과 세계은행이 진행한 평화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국제 사회는 폭력적인 분쟁을 예방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구축하는 데 다시 집중해야 하며, 이를 통해 연간 50억 달러(한화 6.8조 원)에서 700억 달러(한화 95조 원)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기업은 모든 이해관계자와 더불어 평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지만, 평화 구축에 참여하는 것은 생각에 그치기 마련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지체 말고 실천해야 할 시간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기업이 평화 구축을 위해 실행할 수 있는 3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1) 새로운 지역 탐색

분쟁 피해 지역에 비즈니스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보안 리스크, 비용, 평판에 대한 우려로 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분쟁 취약지역에는 건재한 기업이 부재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기업의 존재 자체가 평화 구축에 긍정적인 기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이 선의를 가지고 사업을 하더라도 의도치 않게 분쟁을 악화시키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따라서 개발, 인도주의, 평화 활동가들과 협력하여 현지의 분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사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고려가 바탕이 될 때 기업은 안정적이고 번영하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됩니다.

50년간의 분쟁을 마친 콜롬비아의 커피를 국제 시장에 공급한 네스프레소의 노력을 보면, 취약한 지역에서 사업을 했을 때의 이점을 볼 수 있습니다. 2016년 평화 협정이 체결된 후, 네스프레소는 분쟁에 가장 취약한 카케타(Caqueta) 지역에서 커피를 조달하기 시작했습니다. 농부들과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회복력이 강화되고 기업은 고품질 커피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습니다.

2) 사회적 경계를 넘어선 채용

기업은 채용을 통해 사회적 긴장을 완화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지역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갈등의 원인 중 하나인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집단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 간의 관계 개선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채용 과정에서 특정 집단에 혜택을 주면 반감을 불러 일으켜 갈등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수십 년 동안 무장 강도, 총격, 매복이 빈번하게 발생했던 필리핀 민다나오의 다투 파글라스(Datu Paglas) 지방 자치단체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1996년 지역 지도자 토토 파글라스(Toto Paglas)가 라 프루테라(La Frutera) 바나나 농장을 설립했을 때, 그는 기독교인이 무슬림보다 더 높은 직위에 고용되면서 해당 지역의 종교 및 사회경제적 갈등이 더욱 악화되었다는 점을 인식했습니다. 이에, 그는 전직 전투원 출신 무슬림을 최고 감독관으로 임명하는 등 무슬림을 고위직에 고용하고 지역사회가 의심과 적대감을 극복할 수 있는 여러 관행을 마련하였습니다. 그 결과, 직장을 넘어 지역사회에서 까지도 여러 관계가 개선되었고 이는 지자체의 변화까지 이끌게 되었습니다.

3) 정보 공유

기업은 사업 운영 지역의 보안, 경제 및 사회적 역학 관계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보로 간주되어 비공개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평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험성 평가를 국가 정부나 관련 국가 주체와 함께 공유하여 긴장을 완화하고 폭력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업계의 주요 측면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으면 갈등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기업은 투명성에 대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투명성 이니셔티브를 추진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채굴산업 투명성 이니셔티브(Extractive Industries Transparency Initiative, EITI)는 채굴 산업의 계약, 생산, 수익 징수 및 배분, 사회 및 경제적 지출에 관한 정보 공유 표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각국의 다중 이해관계자 집단의 감독을 받습니다.

평화와 안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CEO

한편, 급격히 증가하는 복합적인 글로벌 과제들로 인해 기업 경영진들은 새로운 차원의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야 합니다. 사회적 기대와 기업의 필요에 따라 점점 더 많은 CEO들이 더욱 광범위한 리더십 역량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평화와 인권을 지지함에 있어서도 기업들이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CEO들은 평화와 인권에 대해 더 목소리를 내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유엔글로벌콤팩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거의 모든 CEO(93%)가 평화, 정의, 강력한 제도(SDG 16)를 유지하는 데 민간 부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이러한 신념의 일환으로, 인권 침해 완화를 위해 인권 실사를 실시하는 기업도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분쟁과 인권에 관해 기업이 강력히 대응한 사례를 다음과 같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여, 많은 서방 기업들이 전례 없이 즉각적이고 자발적으로 러시아에서 철수했습니다.
  • 중국 면화 산업의 강제 노동 혐의에 대응하여, 많은 서방 의류 브랜드들이 해당 면화 공급업체들과 거래 해지를 단행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 미얀마 군사 정권의 폭력에 대응하여, 주요 다국적 기업들이 미얀마에서 철수했습니다.

유럽연합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CSDDD)과 같이 인권 영향 공개를 의무화하는 새로운 규정이 등장함에 따라, 앞으로 기업들의 강경한 대응 추세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유엔글로벌콤팩트는 평화를 위한 비즈니스(Business for Peace) 플랫폼을 운영합니다. 본 플랫폼은 기업이 직장, 시장, 지역사회에서 주도적으로 평화를 증진할 수 있는 구체적 실행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2013년 반기문 前 유엔사무총장에 의해 제의되었습니다. 한국 등 37개국의 150여개 기업 및 산업협회로 구성된 평화를 위한 비즈니스 플랫폼을 통해, 고위험 및 분쟁 영향 지역에서 유엔글로벌콤팩트의 10대 원칙 이행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며 평화 증진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평화 위에 지속가능한 발전이 세워진다는 점을 기억하며, 기업들이 연대하고 투자하고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