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가장 큰 연례 회의인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11월 30일부터 12월 13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COP28에는 198개국의 정부 대표단을 비롯해 기후 및 환경 전문가, 기업,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약 8만 5천여명이 참석하였습니다. COP28은 파리협정(2015)에 대한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 GST)의 결과를 확인하고, 지난 COP27에서 합의된 “손실과 피해 기금” 운영의 세부 내용, 온실가스 감축 및 재생에너지 확대 등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에 필수적인 내용들이 논의되었습니다. 본 환경 동향은 COP28의 주요 내용을 간략히 살펴봅니다.
1.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에 최초 합의
이번 COP28에서는 파리협정(2015) 체결 이후 온실가스 감축 이행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검토하는 전 지구적 이행점검(GST)의 결과가 처음으로 도출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아랍에미리트 컨센서스(UAE Consensus)”가 도출되었습니다. 국제사회는 COP28 개막 전부터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화석연료에 관해 어떤 문구가 채택될지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화석연료의 “퇴출(phase-out)” 또는 “감축(phase-down, reduce)”을 놓고 치열한 마라톤 공방 끝에 폐막 예정일 다음 날이 되어서야 최종합의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최종 합의문에는 “퇴출”도, “감축”도 아닌 “(에너지 시스템에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transitioning from fossil fuels in energy systems)”이라는 새로운 문구를 사용한 타협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지난 1995년 첫 당사국총회 개최 후 약 30년 만에 최초로 합의문에 화석연료를 언급한 역사적 순간이라는 평가와, 화석연료의 퇴출이 명문화되지 않은 허술한 합의라는 비판이 공존합니다. 더불어, 가스의 ‘과도기 연료(transitional fuel)’로서의 역할을 규정하고 석탄화력발전에 대해 “저감 노력 없는(unabated)”이라는 단서를 달아 화석연료의 강력한 퇴출 의지를 담지 못했다는 점 또한 한계로 꼽힙니다. 그럼에도, 다자주의에 기반한 탈화석연료라는 새로운 글로벌 목표는 시장과 정책입안자, 지역사회 등의 현장에 시그널이 되며, 국가 간 약속으로서 에너지 정책과 산업계 전반의 의사결정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2. 재생에너지 3배 확대 합의
본 합의문에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3배 확대, 에너지 효율 연간 2배 확대, 2030년까지 삼림벌채 종식, 자연기반 솔루션(NbS) 구현 장려 등의 중요한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특히, 의장국인 UAE가 주도한 “글로벌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성 계획(Global Renewables and Energy Efficiency Plan)”의 목표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연구를 기반으로 수립된 것으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시 2023- 2030년 사이 약 7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러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의 3배 확충과 매년 2배의 에너지 효율 개선율 달성 합의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130여개의 국가가 서약하였습니다. 에너지 전문 싱크탱크인 엠버(Ember)는 이러한 서약이 에너지 계획에서 화석연료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평가하였습니다. 재생에너지 3배 확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대란, 재생에너지 설비 및 전력망 인허가 지연, 인플레이션 및 고금리, 전문인력 부족 등의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또한, POLITICO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목표에 비해 에너지 효율 개선은 훨씬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건물, 수송, 소비자행동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에서 조처하고 녹색 기술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 및 지원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3. 기후변화 대응 기술 발전 확대 필요성 합의
이번 COP28 합의문에는 CCUS, DAC 등의 탄소 포집 기술과 같은 저감 및 제거 솔루션, 저탄소 수소 생산 및 무배출/저배출 기술, 원자력 기술을 확대할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조항도 최초로 포함되었습니다. CCUS 및 탄소 제거 기술에 대해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축은 대규모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해당 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피하고 철강, 시멘트 등 감축이 어려운 부문에만 선택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COP28 의장국인 UAE를 비롯한 미국 등은 기후대응을 위해 CCUS 기술이 더욱 포괄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피력합니다.이번 합의문에서는 “특히 감축이 어려운 분야”라는 제한 하에 본 기술의 필요성을 인정하였으며, 본 당사국총회에서 2030년까지 탄소 포집 규모를 1.2GT까지 확장하는 것을 목표하는 “탄소경영챌린지(Carbon Management Challenge, CMC)”가 공식 출범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한국을 포함한 22개국이 핵분열 기술의 용량을 2050년까지 3배로 늘리기로 약속하는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Net-Zero Nuclear Initiative)”에 대해 지지를 선언함과 더불어, 최초로 핵융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 지금까지의 당사국총회에 비해 기후 대응에 있어 원자력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었습니다. 다만, 로이터 통신, S&P 글로벌 등에 따르면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 3배 목표는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재생에너지와 마찬가지로 고금리, 지정학적 갈등 및 공급망 차질 등의 문제 속에서 여러 지원이 필요할 것 입니다. 이 밖에도, 기술 확대 필요성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측정, 보고 및 검증(MRV), 리스크 평가 및 관리에서 AI 등 기후테크 분야 또한 더욱 중요한 화두로 부각되면서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기업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4.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Loss and Damage Fund)” 공식 출범
이번 COP28의 가장 큰 진전으로 “손실과 피해 기금”의 공식 타결이 꼽힙니다. 지난 COP27에 모인 국가들은 기후재난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를 금전적으로 보상하기 위한 기금 조성에 합의했습니다. 이는 1990년대부터 제자리걸음하던 논의의 진일보로 평가받았으나, 기금의 구체적 운영 방식과 공여 주체, 자금 형태 및 수혜 자격, 기금의 강제성 여부 등에 대한 선진국 및 개도국 간의 이견이 끊이지 않아 COP27 이후 기금의 세부 운영 사항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에 COP28에서 이어질 기금 협상에 난항이 예상되었지만, 당사국총회 개막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본 기금의 세부 시행안이 합의되며 상황이 빠르게 전진하였습니다. 자발적 공여원칙에 따라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 및 민간 재원 등이 함께 “기후 영향 및 대응 기금(Climate Impact and Response Fund)”을 설립하고 이를 세계은행이 4년 동안 임시로 관리하기로 하였으며, 의장국인 UAE와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이 공여를 약속하며 폐막까지 총 약 8억 달러(약 1조 원)의 공여금이 약정되었습니다. 다만, 이는 이번 총회에서 발표된 총 839억 달러(약 108조 원)의 기후 재정 공약에 비해 적은 금액이며, 필요한 예산의 0.2% 수준에 불과합니다. 2030년까지 개발도상국의 기후 관련 손실 및 피해 규모가 2900억 달러에서 58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개발도상국들은 이 기금에 연간 최소 100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금융은 전체 에너지 전환 계획의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재원이 필요한 지역에 적시에 조달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5. 기후 적응 논의 활성화
이번 COP28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식량 및 농업, 보건 이슈 등 기존 당사국총회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던 주제들이 부상했습니다. 이러한 주제들은 모두 기후변화에 어떻게 적응(adaptation)할 것인지에 관한 부분으로, 지금까지 기후변화 완화(mitigation)에 쏟았던 관심에 상응할 만큼 주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COP28 합의문에 “글로벌 적응 목표(Global Goal on Adaptation, GGA) 프레임워크”를 포함하여, 적응 분야의 공통 목표를 수립해 기후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각국의 노력을 평가하기 위한 틀을 도출하였습니다. 적응 분야에서 농업은 국제메탄서약이 발표된 COP26에 이어 COP27에서도 주요 의제로 제시되었으며,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식량 수급이 불안정해지며 COP28에서도 더욱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었습니다. 150여개 이상의 국가 지도자들이 “COP28 UAE 지속가능한 농업, 탄력적 식량 시스템 및 기후 행동에 관한 선언”에 합의하여 식량이 기후 변화의 주요 요인임을 인정하고 농업 및 식량 시스템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것을 약속했습니다. 이러한 선언을 가속화하기 위해 “식품 시스템 변화를 위한 챔피언 연합(ACF)” 또한 출범하여 2025년 COP30까지 측정 가능하고 명확한 목표를 주요 국가 전략에 포함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더불어, COP28에서는 기후변화 담론에서 보건 분야가 최초로 부각된 점이 주목됩니다. 보건의 날(Health Day)에 123개국이 모여 “기후 및 보건에 관한 COP28 UAE 선언”에 동참하였으며, 다양한 관련 이니셔티브 및 파트너십 등이 발표되었습니다. 기후변화의 여파를 더욱 크게 체감하는 취약계층 및 취약국에 대한 지원과 전 세계적인 기후 적응 방안이 더욱 구체적으로 합의 및 이행되길 기대해 봅니다.
6. 민간 부문의 역할 강화
한편, 이번 제28차 당사국총회는 공공 부문을 넘어선 민간의 역할과 참여가 더욱 부각되었습니다. 특히, 총회 개막을 앞두고 네슬레(Nestle), 볼보(Volvo), 이베르드롤라(Iberdrola) 등 다국적 기업 및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위민비즈니스 연합(We Mean Business Coalition)은 COP28에서 참가국들이 2035년까지 탈탄소 전력 시스템을 100% 달성하고, 개발도상국에게 늦어도 2040년까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유엔글로벌콤팩트의 SDGs를 위한 CFO 연합은 COP28의 SDG 투자 포럼 세션에서 기후 행동을 위한 민간투자 확대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농식품 시스템 혁신을 위한 다양한 기후투자 선언, 메탄 감축을 위한 글로벌 석유기업 선언 및 식품기업 연합의 출범, UAE의 “기후테크혁신연합(Innovate for Climate Tech)” 이니셔티브의 출범, 각종 기업 부대 행사 등 COP28의 현장은 민간 부문의 적극적 참여가 특히 두드러지며 민간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었습니다. 이에 외교부 김효은 기후변화 대사는 지난달 18일 ‘COP28 결과 공유 대국민 포럼”에서 “기후총회는 유엔총회와 다보스 포럼, CES(세계 최대 IT 전시회)가 결합한 장소가 되기 시작했고, 기후대응 및 온실가스 감축이 산업계의 핵심 주제가 되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COP28에서의 여러 성과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리협정 목표 달성의 문은 빠르게 닫히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OP28에서 도출된 모든 약속이 이행된다고 하더라도 1.5도 목표를 위한 감축량의 30%에 불과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COP28을 앞두고 국제사회가 제출한 NDC를 검토한 여러 보고서의 분석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대표적으로, 2023 온실가스 배출량 격차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 2023)는 국제사회가 현재 약속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모두 성공해도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유지할 가능성은 14%에 불과하다고 예측했습니다. 이에 “합의는 이행에 달려있다(an agreement is only as good as its implementation)”는 COP28 의장 술탄 알 자베르의 메세지를 기억하며 공공 및 민간 부문이 합의사항을 함께 신속히 이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