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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권 경영, 이제는 비즈니스 경쟁력의 척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7-18 17:47
조회
84
세계 최대 종합 화학 기업인 바스프(BASF)는 135년이라는 긴 역사와 혁신적인 기술을 자랑한다. 그런데 이 기업이 인권 경영으로 손꼽히는 기업이라는 점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바스프는 국제노동기구(ILO),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같은 인권과 노동에 관한 국제 기준을 준수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특히 인권 경영의 기준을 전략 수립 단계에서부터 조달, 환경, 안전, 인사, 법무, 제품 관리, 보안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모든 직무에 통합한 점이 돋보인다. 모든 직무에 인권 정책을 내재화해 직원들이 친인권적인 관점에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예컨대, 조달팀은 공급자 행동강령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친환경 물품을 구매하며, 중소기업 제품 우선 선정 등의 기준을 지켜야 한다. 또 법무팀에서는 인권 경영에 걸맞은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과 고충처리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사회에서도 인권 관련 이슈를 중요한 사안으로 논의한다. 인수합병(M&A)이나 투자 결정을 할 때도 지속가능성 기준을 의무적으로 평가하고, 사업 전략 수립 및 개발 시에도 인권 리스크를 사전 점검하도록 정하고 있다. 바스프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ESG) 행동강령을 본사뿐 아니라 7만 개 이상의력사에 12개 언어로 제공함으로써 전 세계 직원들과 강령의 원칙을 공유한다. 인권을 도덕적, 윤리적 문제를 넘어 비즈니스 경쟁력 차원에서 이해하고 전사적으로 강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바스프는 모든 비즈니스 정책과 구체적인 직무에 인권 존중의 원칙을 통합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기업의 인권 존중은 이제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로 자리 잡았다. 2018년 유엔글로벌콤팩트가 9500개의 글로벌 회원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92%의 기업이 현재 인권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17%가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 기업의 90%가 인권 경영이 기업의 이윤 증대에 긍정적인 효과를 끼친다고 답했다.

국내에서도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이 커지고 전 세계적으로 인권 관련 법제화가 강화되는 분위기에 발맞춰 인권 경영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로도 기업 내 인권 경영에 대한 문의가 자연스레 늘어나고 있다. 유엔글로벌콤팩트는 194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 및 ‘ILO 선언’ 에 근간을 둔 6가지 원칙을 비롯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라는 유엔 어젠다를 기반으로 기업의 인권 경영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인권 경영 전문 연구소로 손꼽히는 덴마크인권연구소(Danish Institute for Human Rights, DHR)는 SDGs 17개 목표, 169개 세부 목표 중 90% 이상이 핵심적인 국제 인권 및 노동 기준을 다루고 있다고 분석한다. SDGs의 궁극적인 목표인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Leave no one behind)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인권 존중이 필수적임을 방증하는 셈이다. 인권은 빈곤, 식량, 건강, 교육, 성 평등, 불평등, 육상·해양 생태계, 기후변화 같은 SDGs 목표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동일 가치 동일 임금 달성, 아동 노동 철폐, 이주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안전한 근로환경 조성, 노동자·장애인·여성·아동 등 취약계층의 노동권 보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불평등 완화는 인권 경영의 대표적인 원칙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은 인권 경영을 통해 인권 침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고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인권 존중의 가치는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직원들의 근속률을 높이는 데 기여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다. 또한 경영 리스크를 줄이고 기업 및 브랜드 평판을 높이는 동시에 투자 기회를 증가시키는 선순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기업이 스스로 인권 침해 위협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대표적 방법으로 인권영향평가(Human Right Impact Assessment)가 있다. 스위스 기업 네슬레는 다국적 기업 최초로 전 세계적으로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했다. 네슬레에는 33만 명이 넘는 직원들이 86여 개 국가의 약 450개 공장에서 근무할 정도로 공급망 자체가 광범위하고 국가별로 인권 리스크가 천차만별이었다. 이에 네슬레는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7개 국가를 대상으로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해 해당 국가의 법과 규범을 조사하고 국가 특수성을 반영해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분야를 파악했다. 특히 평가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인권 전문 기관인 덴마크인권연구소와 공동으로 평가를 실시했으며, 장기적인 정책 마련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네슬레는 단순히 평가만 실시하는 게 아니라 해당 국가의 네슬레 경영진을 대상으로 인권 교육 및 브리핑을 진행해 평가에 대한 이해도와 참여도를 높였다. 또한 기업 전반에 인권 존중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임직원들과 내부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인권영향평가는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한 다국적 기업들에 필요하지만 실제로 실천에 옮기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국내 민간 기업에서도 거의 이행하고 있지 않고 있는데 최근 정부의 경영 평가로 공공기관들이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인권 경영은 회사 내부뿐 아니라 제품의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고려돼야 한다. 단순히 내부 이해관계자의 근무 환경 개선, 차별 금지에 그치는 게 아니라 공급망 내 원자재 조달, 협력사 관리, 공정거래, 지역사회관계, 제품∙서비스 유통, 폐기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가치사슬 전반이 인권 경영의 고려대상이 돼야 한다. 예컨대, 공급망 내 원자재 조달과 관련한 다음의 규제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의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은 상장기업 및 공급사가 콩고민주공화국과 그 주변국에서 생산되는 분쟁 광물(주석, 텅스텐, 탄탈룸, 금)을 사용할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사전 보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분쟁 광물은 우리가 일생생활에 쓰는 자동차, 핸드폰, 컴퓨터 부품의 주요 원재료로 쓰인다. 분쟁 광물 채취 과정에서 아동 노동과 인권 유린이 발생할 수 씨고, 광물 수익금이 전쟁 자금으로 흘러 들어가는 사례가 늘어나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규제 대상 광물과 지역이 인도네시아산 주석, 콜롬비아산 텅스텐, 구리, 다이아몬드, 알루미늄, 철, 코발트 등으로 확대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미국, EU 등에 관련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도 주지해야 하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블록체인을 활용해 공급망 내 인권 침해를 방지하고 인권 리스크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한 점도 주목된다. 2018년 IBM, 포드, 중국 화유코발트, 영국 RCS 글로벌, LG화학 등 5개 기업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착한 코발트’ 공급망 구축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위∙변조가 힘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채굴, 정련, 배터리 제조 같은 과정의 모든 데이터를 관리해 신뢰성 및 투명성을 확보하고 노동의 질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 같은 사업이 추진된 배경에는 이해관계자들의 공급망 전반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 요구가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인권 경영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원재료 수급 과정에 대한 적극적인 정보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 200여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코카콜라도 미국 국무부와 공동으로 강제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초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 노동자의 근로계약서 및 디지털 신분증을 블록체인에 저장하는 노동자 등록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계약의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기업의 노동계약을 준수를 장려하고 강제 노동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코카콜라는 제품 생산에 사용된 물을 지역사회와 자연에 환원하는 ‘물 환원 프로젝트’ 목표를 이미 2015년에 100% 달성하고 그 비율을 높여가는 등 물과 관련된 인권 확보에 대한 리더십을 보여준 바 있다. 전 세계 노동자의 권리 강화를 추진하는 코카콜라의 새로운 시도가 글로벌 인권 경영의 트렌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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