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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부패 관련 법-FCPA ②] 미국 FCPA 위반 및 판결 사례

FCPA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동안 FCPA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지난 3년 동안 FCPA는 여러 기록을 갈아치웠다. FCPA 역사상 가장 많은 벌금이 부과된 사건 10건 중 8건이 2010년 이후에 발생했으며, 이 중 무려 6건이 최근 3년 사이에 발생했다.  2019년 한 해 동안에는 4명의 법인 대표자가 유죄 선고를 받았으며, 기업들은 역대 최고인 26억 5,000만 달러의 벌금과 합의금을 납부했다. 이 중에는 한국 기업의 미국지사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는 전세계 24개국의 수사기관들과 협력조사를 진행하며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의 부패 이슈와 관련된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최근 추세를 보았을 때 앞으로도 부패 관련 사건 수와 벌금액은 계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0년 상반기에는 유럽 최대 항공우주산업체인 에어버스(Airbus)가 가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만, 사우디아라비아, 루마니아 등 해외에서 자사의 항공기 판로 개척을 위해 불법적으로 브로커를 고용하고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美 정부에 5억 2,600만 유로, 프랑스에 21억 유로, 영국에 9억 8,400만 유로 등 총 36억 유로(약 4조 7천억원)의 벌금을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금액의 부패 관련 벌금으로 3위인 에릭슨(Ericsson)이 2019년에 납부한 10억 600만 달러의 거의 두배가 되는 막대한 금액이다.

FCPA 벌금 순위(미국 정부에 납부한 금액)

<정보 출처: FCPA Blog>

위 순위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1~9위 모두 미국이 아닌 외국 기업이라는 것과 매해 높은 부패인식지수(CPI)를 보이는 네덜란드, 프랑스, 스웨덴, 독일과 같은 유럽 국가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OECD 뇌물방지협약으로 국제공조가 수월해지면서 미국의 FCPA 위반 혐의 조사 대상이 유럽 및 아시아의 글로벌 기업으로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유럽 기업들이 지난 20년간 아시아, 중동, 남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부패행위들이 집중 조사 및 처벌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지난 4년간 FCPA 위반 혐의로 집행 조치를 받은 기업 총 71곳 중에 33곳이 외국 기업이었으며, 외국 기업이 지불한 징벌금이 매년 과반수를 넘어 2019년에는 총 금액의 83%에 달했다. 이로 인해 FCPA가 사실상 미국의 새로운 경쟁국 기업 견제 수단이라는 견해까지 제시되고 있다.

(정보 출처: fcpaprofessor.com)

2019년을 대표하는 FCPA 위반 기업 사례들만 분석하더라도 FCPA에 대한 최근 트렌드와 특이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

  • 2억 달러 이상의 벌금을 납부한 기업만 4곳이었다(에릭슨, 월마트, 프레제니우스, MTS).
  • 14개 기업 중 절반 이상인 8건(57%)은 외국 기업이었으며, 이들이 납부한 벌금은 총 26억 5천만 달러 중 22억 4,600만 달러(83%)에 달한다.
  • 에릭슨, 월마트(Walmart), 프레제니우스(Fresenius Medical Care AG & Co KGaA), MTS(Mobile TeleSystems PJSC) 4개 기업에 대해 3년 동안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이행에 대한 외부 검토 및 모니터링을 명령하였다. 이는 미 법무부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가이드(Evaluation of Corporate Compliance Programs)가 개정되면서 ‘리스크 평가(Risk Assessment)’ 항목이 대폭 강화됨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 ICT(Ericsson, Telia, MTS, Microsoft, Cognizant, Juniper Networks), 금융(Deutsche Bank, Barclays), 소비재(Walmart, Westport Fuels Systems), 의료(Fresenius), 마케팅(Quad/Graphics), 엔지니어링(삼성중공업), 가스·석유(TechnipFMC)를 포함한 화학, 에너지, 건설, 제약 등 리스크가 높은 산업에 대해 조사를 집중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벌금 7500만 달러), TechnipFMC(벌금 5백만 달러) 두 개의 비교적 작은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외국 기업 관련 사건들은 공동집행(coordinated resolution)을 통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부패 행위가 발견된 국가마다 별도의 조사가 진행되었다. 에릭슨의 경우 미 법무부 수사 종결 직후 스웨덴 정부가 별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

2019년 FCPA 뇌물 및 부패 사건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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