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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권위주의 그늘에서의 민주적 희망 –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의 부패인식지수(CPI) 2021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하여, BIS팀은 국제투명성기구가 분석한 해당 지역의 2021년도 부패인식지수(CPI) 결과 및 특징을 살펴본다.


(이미지 출처: ALEXANDROS MICHAILIDIS/SHUTTERSTOCK, TRANSPARENCY INTERNATIONAL 에서 재인용)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2021년도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지역은 100점 만점에 평균 36점으로, 두 번째로 낮은 점수를 보이는 지역이다. 지난 해 중앙아시아에서는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COVID-19를 이유로 권리와 책임에 대해 새로운 제한조치를 도입하였고, 동유럽에서는 포퓰리즘 정부가 부패 척결에 필요한 표현 및 집회의 자유를 심각하게 탄압했다고 국제투명성기구는 평가했다. 또한 두 지역에서 모두 권위주의 정권이 활동가, 언론인, 야당 지도자 및 일반 시민들을 염탐하고 위협 및 공격했다고 폭로한다.

■ 팬데믹, 부패, 시민사회의 침묵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지역의 정부는 COVID-19를 구실로 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더욱 진압하고, 제한적 조치를 가하는 법률을 통과시키며, 언론의 자유와 정보에 대한 접근을 억압하고 사법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국제투명성기구는 지적한다. 한편, 페가수스 프로젝트를 통해 아제르바이잔에서 언론인과 인권 운동가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디지털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는데, 이러한 인권 침해는 부패위험을 증가시킴으로써 구호기금의 사용을 감독하고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알바니아에서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된 정보를 과도하게 통제하고 기자들을 대상으로 소송과 협박을 가하고 있으며, 키르기즈스탄에서는 전염병 조치를 이용하여 언론인의 업무를 방해하고 집회의 자유를 축소하였다고 국제투명성기구는 주장한다.

팬데믹 대유행은 공공조달 및 대외 원조 지출에 대한 감독과 책임을 줄이는 구실로 악용되면서 부패가 만연해지는 데 일조하게 되었다. 또한 역으로, 팬데믹으로 인한 투명성 부족과 정부 감독 축소로 인해 코로나 구호 기금이 의도된 수혜자에게 전달되었는지 추적 및 확인하는 일이 불가능 해졌다고 국제투명성기구는 지적한다.

■ 권위주의의 온상

부패는 부패한 지도자들이 재산을 늘리고 기소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비민주적인 관행을 사용하도록 허용함으로써 민주주의 권리와 제도를 훼손한다.

벨라루스는 2020년 47점에서 2021년 41점으로 하락했는데, 이 배경이 된 것은 2020년에 발생한 부정선거를 둘러싸고 발생한 전국적인 시위를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수천 명의 시민을 자의적으로 체포한 사건이다. 국제투명성기구는 민주적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거나 정권에 유리하게 왜곡되어, 권력이 정치 엘리트의 재정적 이득을 위해 집중되는 대규모 부패(grand corruption)가 벨라루스에 만연해 있다고 지적한다.

55점으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은 조지아에서도 상당한 우려가 제기된다. 은퇴한 집권당 설립자인 Bidzina Ivanishvili는 주요 기관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데, 이는 국가 장악(state capture)의 정의에 부합한다고 국제투명성기구는 평가한다. 그의 정당인 Georgian Dream은 최근 몇 년 동안 사법부와 법 집행기관에 대한 장악력을 행사함으로써 부패와 맞설 수 있는 정치적 추진력을 훼방하고 있다고도 지적한다.

■ 주목할 국가: 러시아

최근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고 있는 러시아는 부패인식지수가 29점으로,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한다. 국제투명성기구는 러시아에 부패가 만연하며, 러시아의 공공기관은 행정부에 거의 완전히 장악되어 견제와 균형이 없다고 지적한다.

2012년 도입되어 여러 번 개정된 ‘외국 대리인법(Foreign Agent Law)’으로 인해 러시아에서 부패 신고가 더욱 어렵게 되었다고 평가된다. 러시아 당국은 정부의 부패를 조사하는 언론인과 활동가의 집과 사무실을 급습하고 ‘외국 대리인(간첩)’ 선언을 통해 재정 보고나 출판을 제약했다. 또한 러시아 당국은 지난 해 전염병을 구실로 모든 대규모 모임을 금지했고, 1인 시위 또는 ‘단일 피켓 시위’에 조차도 제한을 적용했다.

한편 2021년 1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러시아의 가장 저명한 인물 중 한 명인 Alexei Navalny는 푸틴 대통령의 소유로 알려진 러시아 남부 흑해 연안의 초호화 부동산에 대해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궁전으로 묘사되는 이 단지는 약 7,800ha (약 2,300만 평)에 걸쳐 있으며 교회, 원형극장, 헬리콥터 착륙장도 포함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푸틴의 내부 서클이 정교한 부패 계획을 통해 관련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사실을 폭로한 Alexei Navalny는 2020년 기내 독극물 공격으로부터 쓰러진 뒤 독일에서 치료를 받았고, 2021년 초 러시아로 귀국하자마자 공항에서 당국에 체포되었다.


(이미지 출처: JONAS PETROVAS/SHUTTERSTOCK, TRANSPARENCY INTERNATIONAL에서 재인용)

한편 2021년 노벨 평화상이 독립신문 ‘Novaya Gazeta’의 편집장인 러시아의 Dmitry Muratov와 필리핀의 탐사 저널리스트인 Maria Ressa에게 공동 수여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Dmitry Muratov 편집장이 Novaya Gazeta 사에 근무하는 동안 총 6명의 기자들이 살해된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주었고, “민주주의와 평화 유지의 전제 조건이 되는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노력”이 인정되면서 노벨 평화상이 수여되었다. 그러나 정작 푸틴 대통령은 이 신문도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 싸늘하게 내비쳤으며, 결국 2021년 11월 ‘외국 대리인’이라고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Dmitry Muratov와 그의 신문사에 벌금형을 부과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 행동할 시간

국제투명성기구는 코소보, 북마케도니아, 아르메니아, 몰도바, 우즈베키스탄 등 일부 개선을 보인 국가를 소개했다. 한편, 서부 발칸반도와 터키, 그리고 일부 동유럽 국가에서 향후 유럽연합을 가입하게 된다면 이 지역의 쇠퇴를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궁극적으로 부패 퇴치를 위한 개혁 및 환경 조성은 해당 지역의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게시물은 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CPI 2021 FOR EASTERN EUROPE & CENTRAL ASIA: DEMOCRATIC HOPES IN THE SHADOW OF GROWING AUTHORITARIANISM>를 UNGC 한국협회에서 발췌 번역 및 재구성한 자료입니다. 인용 시 출처(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Business Integrity Society 프로젝트)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